트럼트 행정부가 연방정부의 DEI 정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많은 기술 기업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상황이 달라지면서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메타(Meta) 등 기술 대기업들도 DEI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취임하기 일주일 전인 1월 10일경부터 DEI 관련 메시지와 프로그램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현재 모든 산업 분야의 기업이 주주들로부터 DEI 관련 메시지를 줄이고 공개 문서에서 다양성 목표를 삭제하라는 압박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트코(Costco)와 애플(Apple) 같은 기업은 이런 제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많은 기업이 공개 문서에서 DEI 관련 메시지를 제거하고, DEI 담당 직원을 해고하며, 내부 DEI 프로그램과 이니셔티브를 취소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내린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기술 산업계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현황을 정리했다.
메타(Meta)
지난 1월 메타는 다양한 채용 관행이 중심이었던 내부 DEI 프로그램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최고다양성책임자인 맥신 윌리엄스도 접근성과 참여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역할로 자리를 옮겼다. 인사 담당 부사장인 자넬 게일의 유출된 메모에 따르면, 메타는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일관된 관행을 적용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이 조치를 시행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메타는 대표성에 대한 목표 중단, 다양한 채용 접근 방식 중단, 벤더 다양성 노력 포기, 형평성 및 포용성 프로그램 취소, DEI 팀 축소 등의 조치를 취했다. 메타의 자체 다양성 데이터를 고려할 때, 이런 변화가 특정 인종과 성별이 주를 이루는 경향이 있는 기술 산업의 다양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2022년 메타가 공개한 다양성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직원 구성은 아시아인 46.5%, 백인 37.6%였으며, 히스패닉은 6.7%, 흑인은 4.9%에 불과했다. 2024년까지 히스패닉과 흑인 직원 수를 2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 계획은 포기된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UFC 회장 겸 CEO인 데이나 화이트를 이사회에 영입했다. 악시오스(Axios)에 따르면 메타는 글로벌 업무 담당 사장을 교체하고 저명한 공화당원인 조엘 캐플란을 영입했다.
구글(Google)
메타의 뒤를 이어 구글도 모든 다양성 채용 목표를 폐지했다. 2014년부터 꾸준히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해 왔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글은 이 보고서의 추가 발표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구글은 자사가 DEI 정책을 축소하라는 행정명령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든 DEI 이니셔티브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 보고서에서 다양성이 8번 언급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연례 10-K 보고서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구글은 또한 지난해 말에 기본 구글 캘린더에서 일부 문화 행사를 제거했으며, 미국 내 구글 맵 사용자를 대상으로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했다. 멕시코 사용자들은 여전히 멕시코만으로 보게 되며, 미국과 멕시코 외 사용자들이 해당 지역을 볼 때는 멕시코만과 아메리카만이라는 명칭이 모두 표시된다.
구글이 DEI 이니셔티브를 중단하고 군사용 AI 개발 금지 약속을 포기한다고 발표한 뒤 열린 첫 전체 직원 회의에서 주요 발표가 있었다. 전 다양성 책임자인 멜로니 파커는 회사가 DEI 관련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알렸다. 최고법률책임자 켄트 워커는 군사용 AI 개발 금지 약속 폐기에 대해, 2018년 AI 원칙이 처음 도입된 이후 상황이 크게 변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워커는 회사가 AI를 둘러싼 지정학적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설명하며, 이 때문에 무기 및 감시용 AI 구축에 대한 개발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바이든의 AI 감독 명령을 폐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발언이다. 바이든의 명령은 국가 안보, 경제, 전반적인 공중 보건과 관련된 AI 개발의 잠재적 리스크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마존(Amazon)
아마존은 올해 연례 보고서와 웹사이트에서 다양성 관련 메시지를 삭제했으며, 내부 메모에 따르면 일부 DEI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또한 2020년에 부사장 및 이사급에서 흑인 리더십을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하고 2021년에 재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오래된 프로그램과 자료를 정리하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조직의 ‘입장’ 페이지에는 여전히 다양하고 포용적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와 더불어 아마존은 직원 주도의 친목 모임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DEI 정책 변경에 대한 반발로 아마존을 포함한 리테일 기업 불매 운동이 일어났지만, 블룸버그 세컨드 메저(Bloomberg Second Measure) 미국 소비자 지출 지수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아마존에 대한 지출은 일반적인 일일 변동폭을 유지했다.
IBM
IBM의 포용성 페이지는 여전히 웹사이트에 남아 있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이 회사의 DEI 급여 인센티브 목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을 때 IBM은 이 제안을 막기로 결정했다. 이는 IBM이 1984년부터 글로벌 차별금지 정책에 성적 지향을 포함시키고 2002년에 성 정체성과 표현을 추가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예상할 만한 조치였다.
IBM은 2010년대 중반부터 다양성 지원에 앞장서 왔다. 2016년에는 3년 연속으로 워크플레이스 프라이드 글로벌 벤치마크(Workplace Pride Global Benchmark)에서 LGBTQ+ 친화적인 고용주로 선정됐다. 또한 15년 연속으로 인권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의 기업평등지수(Corporate Equality Index)에서 LGBTQ+ 평등을 위한 최고의 직장 순위에서 100% 점수를 받았다.
2020년 IBM은 1968년 성전환 과정 중 해고된 트랜스젠더 컴퓨터 선구자 린 콘웨이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콘웨이는 당시 업계에 큰 공헌을 하고 조직의 지원을 약속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고됐다. 비록 사과가 50년 늦었지만, 이는 IBM이 기술 분야에서 LGBTQ+ 커뮤니티를 지원하려는 책임감과 투명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애플(Apple)
최근 애플 주주 총회에서 보수 단체가 제안한 DEI 정책 폐지 안건이 거부되었으며, 애플은 주주들에게 이에 반대 투표할 것을 권고했다. 애플은 웹사이트나 다양성 관련 언어에 어떠한 변화도 주지 않았으며, 보다 공평한 산업을 조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웹사이트에 여전히 다양성 데이터를 유지하고 있기에 사용자들은 2014년부터의 글로벌 직원 인구통계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최근 연례 주주총회에서 제안된 DEI 정책 폐지 안건은 97%의 압도적인 반대표로 부결됐다. 현재 상황 속에서 애플은 포용성과 발전을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할 계획임을 보여주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세일즈포스는 2023년 10-K 보고서에서 다양성 목표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지만, 2024년 ‘평등 업데이트’를 발표하며 다양성과 대표성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CEO 마크 베니오프는 악시오스와의 대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DEI 폐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니오프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바뀌고, 행정부가 바뀌어도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회사이고, 핵심 가치도 동일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일즈포스는 인력의 인구 통계를 공개하는 관행이 일반화되기 전부터 이를 시행해 왔다.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며, 베니오프는 기업이 LGBTQ+ 차별에 대한 방어책으로 종교적 자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인디애나주의 법률에 항의해 이벤트를 취소했다. 세일즈포스는 또한 전 세계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불러온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전인 2019년부터 DEI에 대한 약속을 추진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2024년 10월 포용성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다양한 인력 유지가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유출된 메모에 따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하는 비즈니스 요구 사항을 언급하며 내부 DEI 팀을 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DEI 팀을 해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에서는 보수층의 비판을 의식해 DEI 정책을 축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HR다이브에 발표한 성명에서 단순히 조직 내 중복된 역할을 정리했을 뿐이라며 부인했다. 이어 글로벌 DEI 팀은 여전히 온전하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대변인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 초점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고, 책임을 우선시하고 이 업무에 계속 집중할 계획이라고 HR 다이브에 말했다.
다른 기업의 DEI 정책
- 인텔(Intel)은 최근 10-K 보고서에서 일부 DEI 관련 메시지를 줄이고 일부 다양성 목표를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 오픈AI(OpenAI)는 웹사이트의 ‘다양성에 대한 약속’ 페이지를 조용히 ‘역동적인 팀 구축’이라는 문구로 변경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다.
- DEI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Tesla)는 10-K 양식에서 DEI 관련 언급을 모두 삭제했다. 또한 DEI를 수용한다는 개념 자체를 전반적으로 거부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DEI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기업이 아니며, 2020년에만 DEI 보고서를 한 번 발표했다.
- 워크데이(Workday)는 2024년 10-K 양식에서 다양성 목표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지만, 다양성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DEI 페이지는 여전히 회사 웹사이트에 남아있다. 워크데이의 2024년 글로벌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최고다양성책임자를 고용 중이다.
- 줌(Zoom)은 2024년에 DEI 팀을 해고하면서 외부 컨설턴트와 협력할 계획을 밝혔다. 2020년에 첫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2022년 이후로는 없었다.
- 엔비디아(Nvidia)는 웹사이트에 다양성, 포용성 및 소속감 페이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4년 발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도 사람, 다양성 및 포용성 섹션을 유지했다.
- 오라클(Oracle)은 웹사이트의 다양성 페이지를 변경하지 않았다. 여전히 다양한 관점이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협업을 강화한다는 성명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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